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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제임스 흠정역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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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주께서 그것들을 지키시며 주께서 그것들을 이 세대로부터 영원히 보존하시리이다.
(시편 12편 7절)

  • 표준화의 그늘조회수 : 4342
    • 작성자 : 김재욱
    • 작성일 : 2012년 3월 27일 15시 9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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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가지를 좋아하면 계속 그것만 먹는 스타일이다. 어떤 식당에 가면 늘 같은 것을 주문하는 편이고,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한두 가지 메뉴만 고르기도 한다.
    내 학창시절만 해도 질보다 양이 미덕인 시대였다. 아무리 맛있어도 가격에 비해 너무 양이 적은 건 용서받지 못하던 시절… 그때 학생들의 간식거리 중 꽤 환영받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식빵 두 장 사이에 땅콩크림이 들어간 것이 두 쌍 들어있는 '땅콩샌드'였다.

    양도 양이지만 가운데 땅콩크림이 좋아서 나도 즐겨 먹었었는데, 단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크림이 너무 달아서 마치 설탕을 한 움큼 씹어 먹는 듯한 부담을 느낀다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이 빵을 자주 산다. 다른 것을 사러 갔다가도 이게 눈에 띄면 일단 집어들 정도로 습관이 되었는데, 이 빵은 지금까지도 줄곧 나오고 최근에는 더 많이 눈에 띄어, 아류가 나올 정도다.


    이것 외에도 나는 세모난 커피우유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정해진 표준 간식처럼 이 두 가지를 함께 살 때가 많다. 물론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데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유나 식용유·후추 같은 것을 수시로 다량 섭취하는 것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왠지 모를 강박증 같은 것이 있어 보일 정도로 집중하는 성향이 음식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음식에 얽힌 추억 이야기 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먹는 취미가 비교적 적은 편이고 먹는 양도 적은 사람이라 그런지,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할 때나 아무것도 입맛 당기는 것이 없을 때면 그냥 표준식사로 여느 구내식당처럼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지구 환경이 더욱 황폐해질 미래를 예측한 어느 SF 소설에 이런 표준식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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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지않은 미래. 뉴욕의 어느 명가 후손인 주인공이 사는 사회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버린 사회이다. 많은 것들이 표준화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인다. 아이들은 달걀 프라이 맛을 모르고, 오랜 기억으로 그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어쩌다 진짜 달걀이라도 얻게 되면 그날은 횡재하는 날로 여길 정도로 사회는 메말라 있다.
    그들에게는 '표준식'이라는 게 있는데, 국가에서 배급하는 빵 두 덩어리와 버터·우유 이런 식이다. 그 밖의 음식을 구경하거나 단지 맛을 즐기기 위해 음식을 먹는 일은 고위층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어느 날 주인공은 하늘의 별 따기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의 취업 담당 관리를 찾아간다.


    그들의 도시는 높고 거대한 하나의 빌딩 같은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일자리 담당 관리와의 면담은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순번표를 받아 작은 캡슐 같은 방에 들어가 약 3일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은 면접 장소로 조금씩 이동된다. 그러는 동안 매 끼니마다 투입구로 식사가 제공되는데, 표준식이다. 단지 연명을 위해 먹는 에너지원에 불과한 식사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주인공은 드디어 시간이 되어 관리를 면접하게 되었는데, 면접은 매우 간단했다. 아무리 학식이 높고 명문가 출신이어도 그 도시에서 할 일은 없다. 결국 그에게 주어진 일은 스패너로 너트를 조이는 단순한 일이었는데, 이른바 '조임 작업반'에 소속돼 조별로 할당돼 있는 시간에 도시 구조물 하부의 일부 구역을 돌며 기둥에 있는 풀어진 너트들을 조이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가 맡은 시간은 밤이었다.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며칠 후 밤에 일을 하러 나가다가 오래 전 친구를 만난다. 서로 안부를 묻다가 주인공이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 지금 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네. 우리 '느슨 작업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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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잊은 이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미래의 도시 조직에서는 일자리가 적어 한 무리는 너트를 풀고, 한 무리는 너트를 조이는 식으로 일을 주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일자리는 점점 부족해지며 비정규직이 늘고, 마땅한 일이 없고 든든한 직장이 없어서 평생 아르바이트만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가의 예산이라는 것도 이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기득권층, 아니 그것을 훨씬 넘어서서 세계 질서를 조작하고 주도하는 무리들은 지구인들에게 표준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식량과 통화와 공산품을 조절하고 있다.


    식량 자립이 안 되는 나라 국민들에게는 창고에 묵혀두었던 옥수수와 쌀을, 자본주의를 맛보고 들떠있는 거대 공산국가에는 콜라와 햄버거를, 강대국으로부터 군사력을 제공받는 만만한 지도자가 있는 나라에는 광우병 발병 지역의 쇠고기를 먹게 한다. 또한 북한 같은 나라는 명절에 지도자 하사품으로 생선을 배급하며 생색을 내고, 먹고 살만한 나라 국민들의 특별한 날에는 괜찮아 보이는 브랜드의 식당을 가족 단위로 방문해 만족감을 느끼도록 한다. 생일에 커팅되는 케이크와 데이트에 사용되는 고급 와인, 발렌타인이니 화이트데이 등에 유통되는 초콜릿과 사탕... 이 모두가 일종의 표준식이다.

    알게 모르게 세상이 모두 표준화되어 통제가 가능하도록 변모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기기에 정신을 뺏겨 적당한 호기심과 눈요깃거리로 하루종일 정신을 팔다가 밤늦게까지 TV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잠이 든다. 도무지 자기 영혼과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돌아볼 겨를이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그들이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갈 수 없도록 표준화되어 가고 있다.


    음식은 물론 주거환경과 생활방식까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조절 가능한 시대가 되어간다. 이미 농작물을 키워서 수확을 맛보는 식의 음식이란 도시 생활에 존재하기 어렵다. 심지어 교회와 성도, 신앙까지도 매뉴얼과 프로그램에 따라 규격화되어 공장에서 찍어내듯 영혼이 없는 형식만의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표준식과 타의에 의해 정해진 표준식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내가 좋아서 선택하던 땅콩샌드와 커피우유라도 누군가 강제로 지정한다면 괴로운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맛을 되돌려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변치 않는 양식뿐이다. 이것이 사람에게 이로운 진짜 표준식이며, 해로운 표준식과 표준화는 마귀가 말씀을 모방하고 변질시켜 만든 것들이다. 혀끝만 잠시 서늘케 하는 거짓 표준식에 목이 타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건져낼 것인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7-25 12:20:51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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